사막의 낙타, 남미 고지대의 라마는 약 4,000년 전부터 사막과 고산지대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사람의 이동을 활성화하고 인류가 생활하는 데 필요한 물자를 보급해주던 동물이다. 이와 달리 대평원을 달리는 데는 말(馬) 만한 동물이 없었다. 말은 5,500년 전 중앙아시아에서 최초로 가축화되었고 이후 4,200년 전 서부 유라시아 대초원에서 또다시 가축화되어 이동과 운송을 위해 인류와 길고 긴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최고 속력 시속 60-70km, 하루 최대 이동 거리 100km를 달리는 말이 인류사에 가져다준 업적은 실로 눈부셨다. 기원전 334년 알렉산더 대왕이 그리스에서 출발해 페르시아와 인도까지 거대한 제국을 확장하는 원정에서 말은 중요한 교통수단이자 전투 도구였다. 이후 13세기 칭기즈 칸이 이끄는 몽골 제국은 말을 이용해 유라시아 전역을 빠르게 정복했고, 중세 유럽에서는 기사가 말을 타고 싸우는 것이 군사 전술의 핵심이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고구려와 발해의 기병대, 고려의 기마 무예, 조선의 파발제와 같은 통신제도를 통한 말의 활약은 독보적이었다. 19세기 유럽 이주민들이 북미에서 서부 개척지를 탐험하고 정착하여 농장을 일구기까지 말은 미국의 개발과 경제 발전에 큰 기여를 했고 1914년 1차 세계대전 당시에도 말은 참호전 격전지에서 병참과 물자 수송을 담당했다고 하니 인류 역사의 시작부터 불과 100년 전까지 이동과 수송, 전쟁과 교통에 기여한 말의 헌신은 상상을 초월한다. 만일 말이 없었다면 인류 사회는 느리게 발전했을 것이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알 법하다.